.../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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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명꼬~기.../잔치 2021. 7. 6. 13:15
마지막 학기, 마지막 기말 과제를 제출했다. 코로나-19로 인해 학교 강의실에서 수업 한 번 듣지 못한 나의 마지막 학기가 끝이 났다. 아직 실감은 나지 않지만, 대학생활이 이젠 정말로 끝이 났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대학생활이었다. 평범하면서도 사실 엄청나게 다사다난한 그런 대학생활이었다. 1학년 송도 생활 1년을 제외하고는 신촌, 연희동 일대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 대학생활이었다. 지방에서 올라와 서울에서 자취를 하면 서울 여기저기 여행하듯 쏘다닐 법도 한데, 나는 약속이 없는 한 절대 신촌을 벗어나는 일이 없었다. 지난 3년하고 6개월, 매 시간, 매 분, 매 초 나의 위치를 지도 위에 점 찍어보면 서울, 그것도 신촌 안에만 무수히 많은 점들이 빼곡하게 채워져 있을 것이다. 지도를 좀 더 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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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희동 과자점.../잔치 2021. 7. 6. 13:09
연희동 주민으로 지낸 지 4년차에 접어들며 연희동 일대를 산책하는 것이 새로운 취미가 되었다. 매일 걸어 다녀 지리는 익숙한 듯해도 자세히 살펴보면 구석구석 매번 새롭고 낯선 연희동은 참으로 매력적인 산책로이다. 지난 가을, 연희동의 한적한 주택가를 거닐다 그 길의 끝에서 연희동 과자점을 마주쳤다. 과자점이라는 다소 정겨운 이름에 호기심이 일어 슬며시 들어갔던 것을 시작으로 어느덧 단골이 되어 자주 드나들었다. 세련된 건물 속 젊은 사람들이 늘 북적이는 근처 연희동 카페들과는 다르게, 연희동 과자점은 세월과 취향이 드러나는 인테리어와 연령대가 높은 동네 주민들이 특유의 여유로운 분위기를 형성한다. 연희동에 잠시 놀러 온 사람들의 공간이 아닌, 연희동에 사는 사람들을 위한 공간. 연희동 주민들의 만남의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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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희동 동네 술집.../잔치 2021. 7. 1. 17:23
시끌벅적한 신촌 번화가를 조금만 벗어나 눈을 돌려보면 집이라기엔 아쉽고 방이라기엔 애매한 원룸들이 빼곡히 들어선 자취촌이 있다. 누군가에게는 학교가 있는 곳, 누군가에게는 놀러 오는 곳인 신촌이 누군가에겐 삶의 거주지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연희동 자취촌은 그 밀집도가 마치 벌집을 연상시키곤 하는데, 그 안에서 공부하는 대학생 일벌로 살아온 지 어언 3년 차인 나에겐 몇몇의 동네 친구들이 있다. 우리가 어쩌다 이렇게 친해졌지? 물으면 같은 동네 사니까 그렇지라는 대답이 돌아오는. 만약 같은 동네에 살지 않았으면 안 친해졌을까? 물으면 솔직히 지금처럼 친하지는 않았을 듯이라는 웃음기 어린 대답이 돌아오는. 나이도 고향도 전공도 성격도 가치관도 꿈도 가지각색으로, 공통점이라고는 찾기 쉽지 않은 우리가 이토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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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ssier.../잔치 2021. 7. 1. 17:18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끊임없이 흔들리는, 모든 것이 불확실하여 어느 것 하나에도 온전히 마음 주며 정착할 수 없는 20대의 내가 머무르게 된 공간 신촌. 신촌 또한 끊임없이 변화하는 곳이기에 꽃이 피고 지듯 오늘도 어떤 가게가 사라지고 또 새로운 가게가 생겨난다. 이 시기의 내가 나와 비슷하게 느껴지는 신촌에 머무르는 건 참 운명 같다 싶다가도 결국 내 발걸음은 나와는 다르게 변화의 흐름 속에서도 제 자리를 지키고 있는 낡고 나이 든 공간을 향하곤 한다. 내가 신촌에 머물기 이전에도 있었으며, 이후에도 있을 공간. 마음이 한껏 휘청이는 날에 찾아가면 잠시 머무르는 것만으로도 이상하게도 위안이 되는 나의 안식처, 바로 메시에다. 신촌 대학약국 골목의 끝까지 걸어가면 마지막 건물 2층에 메시에가 있다..